고화질영화다운 [경향의 눈]국민의힘이라는 정치적 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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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장동혁이 지난 26일 국민의힘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 명칭부터 그렇거니와, 국민의힘은 지금껏 ‘국민’을 내세웠다. 보수를 기반으로 중도층까지 흡수하는 포괄정당을 지향했다. 집권을 노리는 주류 보수정당의 당연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장동혁은 당선 일성으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국민’을 대체한 ‘우파 시민’이라는 어휘가 깃발처럼 펄럭인다. 포괄정당 노선의 폐기요, 우익 이념정당으로의 재정립 선언이라 할 수 있다.
포괄정당을 지향하면 다수 국민의 뜻에 반응할 동기가 생긴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 경쟁하는 당들과의 접점 내지 교집합이 만들어진다. 다수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당들 간의 경쟁, 곧 정치의 공간이 열리는 것이다. 그러나 장동혁은 ‘우파 시민’의 좁은 울타리에 당을 가둠으로써 국민의힘을 이런 책무에서 해방시킨다. 그런 점에서 장동혁의 취임 일성은 일종의 반정치 선언이다.
김문수가 당대표가 되었더라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김문수는 전당대회 기간에 전한길씨 유튜브 채널에 나와 윤석열이 입당하면 받겠다고 했다. “계엄으로 인해서 누가 죽었거나 다쳤거나, 그 6시간 만에 계엄이 해제되고 (죽거나 다친 사람이) 없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탄핵 찬성파에 유화적인 포즈를 취했달 뿐 내란을 옹호하고 윤석열을 복권시키려 한다는 점에서 장동혁과 오십보백보다. 당대표 선거 결선에 오른 두 사람이 이렇고, 최고위를 구성하는 9명 중 7명이 탄핵 반대파가 되리라는 건 ‘윤 어게인’이 국민의힘 주류라는 뜻이다. 거기에 당내 킹메이커가 되어버린 전한길씨 모습까지, 명실상부한 극우정당의 면모로 손색이 없다.
이들은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폭도를 애국자로 둔갑시킨 트럼프식 전도를 꿈꾸는 것 같다. “윤 전 대통령이 재구속되기 얼마 전 만났을 때 자신은 이 정권이 1년을 채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본다고 했다”는 신평씨의 전언을 보면, 감옥에 갇힌 윤석열도 그걸 기대하는 모양이다.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한·미 정상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느냐.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는 글을 올리자 김문수는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나경원은 “한국 사회 및 정치에 대한 불신이 미국 내에서, 또 국제적으로도 확산하고 있음을 암시한다”고 기민하게 반응했다. 미국의 내정 간섭으로 내란 세력이 복권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트럼프 구원론’은 한국 내부의 정치 역학에서는 ‘윤 어게인’이 불가능하다는 절망적 인식을 깔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회 운영의 최소 규칙을 어기고 민주공화국의 숨통을 끊으려 한 세력, 그리고 그걸 옹호하는 세력과 ‘권력투쟁도 사회적 합의의 최저선은 지키는 선에서 해야 한다’고 믿는 한국 사회의 상식적·평균적 인식 사이에는 거대한 심연이 놓여 있다. 이 심연을 건너뛰려 애써도 모자랄 터인데, 국민의힘은 반대 방향으로 고속 질주하고 있다.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자발적 소수화요, 정치적 자해다. 그 근저에는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친윤의 사욕이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윤석열은 12·3 내란으로 정치적 반대자를 절멸하려 했다. 그 부인은 매관매직까지 해가며 국정을 농단했다. 그런 자들을 공식적으로 옹호하는 극우 제1야당은 존재 자체가 정치적 추문이요, 민주주의·헌정질서에 대한 위협이다. 반정치를 추구하는 정당과 어떻게 정치할 것인가. 게임의 규칙을 어긴 세력과 어떻게 게임을 할 것인가.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정당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당장 여야관계에서부터 한국 정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참으로 난감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국민연금에는 두 가지 감액이 있다. 하나는 조기노령연금 감액. 예정된 지급개시 연령보다 앞당겨 연금을 받으면 연금액이 깎인다. 연금을 미리 받으니 당연한 감액이다. 또 하나는 소득활동 감액.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로서 일정 이상 시장소득이 있으면 연금액의 일부가 감액된다. 언뜻 들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열심히 일해서 소득이 생겼다고 국민연금액을 깎는다? 이건 일하는 고령자에 대한 역차별이다!
이재명 정부가 이 민원에 화답했다. 정부는 소득활동 감액을 “불합리한 제도”로 평가하며, 대선 공약집에 “일하는 노인에 대한 국민연금 감액 개선”을 명시했고, 며칠 전 국정기획위원회는 소득이 월 309만원을 넘으면 국민연금을 감액하는 현행 기준을 509만원으로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조만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법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 설명만 따르면 소득활동 감액은 참 황당한 제도다. 기존 직장 은퇴 이후에도 일한다면 격려는 못할망정 오히려 불이익을 주니 말이다. 그래서 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왜 국민연금에서 이러한 조항이 설계됐을까?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우선 기본 사실부터 제대로 확인하자. 현재 소득활동 감액이 적용되는 월 309만원 금액은 실제 소득이 아니라 연말정산에서 근로소득공제를 거친 소득 기준이다. 이 309만원을 원래 처음 소득으로 계산하면 411만원이다. 즉 실제로 소득활동 감액은 국민연금을 받으면서도 시장소득이 월 411만원, 대략 연 5000만원을 넘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그 수는 2024년 노령연금 수급자 약 600만명 중 14만명, 2.3%로 국민연금 수급자 중 사실상 최상위 소득자들이다.
실제 연금 감액은 어느 정도일까? 월 411만원을 출발점으로 시장소득이 많으면 연금 감액도 커진다. 예를 들어 월 소득이 516만원이면 감액은 5만원이고 소득이 621만원이면 15만원으로 늘어난다. 소득이 많으면 연금 수령액의 최대 절반까지 깎일 수 있지만, 대다수 감액은 몇만원이거나 10만원 내외다.
여기서 두 가지 민원이 제기된다. 소득이 있다고 연금을 깎으면 누가 일하겠냐고? 꼼꼼히 따져보자. 지금도 월 411만원 소득까지는 감액이 적용되지 않는다. 과연 이 금액을 넘는 소득자들이 몇만원 연금 감액으로 일할 의욕을 잃을까? 정부는 감액 적용 소득 기준을 월 621만원(근로소득공제 이후 509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한다. 이러면 월 411만~621만원 소득자는 연금 감액을 당하지 않으며, 이를 초과하는 소득자들도 기준선이 상향돼 모두 감액이 줄어든다. 결국 연금 수급자 중 상위 2.3%를 위한 잔치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지출은 연 1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이다.
또 하나의 민원이 있다. 아무리 시장소득이 많더라도 국민연금은 이미 확보한 수급자의 권리인데, 이것을 감액하는 게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다. 여기서는 형평성이 논점이다. 외국의 공적연금은 대부분 가입자가 낸 만큼 받는 수지구조로 자리 잡았다. 인구의 수명 연장에 대응해 꾸준히 연금재정의 지속 가능성 개혁을 성사시킨 결과이다. 이에 연금 수급자가 받는 연금액은 애초 당사자의 기여금이기에, 은퇴 연령 이후에 시장소득이 있다고 연금을 깎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한국 국민연금은 출발 때부터 내부 수지 불균형이 컸다. 이에 지금 연금 수급자들이 받는 연금액에는 가입자(사용자 포함)가 기여한 몫을 넘는 보너스가 포함돼 있고, 이를 위한 재정 부담은 불가피하게 후세대가 짊어져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의 혜택은 오래 가입한 사람일수록 많다. 고용이 안정된 노동시장 중심부일수록 국민연금을 오래 가입해 혜택을 더 많이 얻으므로, 현재의 수지 불균형 국민연금은 애초 의도와 달리 노인 내부에 역진성을 초래한다는 논란까지 낳고 있다.
지금 소득활동 감액이 적용되는 월 소득 411만원 초과 수급자들은 누구인가? 젊은 시절에도 노동시장 중심부에 있어 국민연금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입은 사람들이라 볼 수 있다. 소득활동 감액은 이들이 노후에도 소득이 많고 수급 연금액에서도 상당한 보너스를 얻고 있으니, 일부라도 연금액을 감액해 형평성도 도모하고 국민연금 재정도 줄여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현재 계층 간 형평성을 개선하고 미래세대의 부담도 경감하자는 제도 설계다.
정부에 묻는다. 정말 소득활동 감액이 대선 공약, 국정기획위 국정과제로 명시할 만큼 불합리한 제도인가? 정부는 소득활동 감액 제도의 취지와 실상을 인식하고 있는가? 이토록 부자들의 민원에 끌려가서야 되겠는가?
장동혁 신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당직 인선에서 “기계적 탕평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반탄파) 중심의 당 운영을 예고했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취임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 기간 윤 전 대통령 면회를 가겠다고 했는데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 “국민께 약속드린 건 특별한 사정 변화가 생겨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지키겠다”고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접견 제한이 해제됐는지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합동연설회 현장에서 당원들을 선동해 소란을 피워 징계를 받은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를 두둔했다. 그는 당 윤리위원회의 전씨 징계에 대해 “다소 불합리한 점이 있다”며 “전씨가 그 같이 행동한 데는 특정 후보가 도발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가 연설 도중 자신을 비판하자 맞대응한 것이라는 전씨 주장과 유사하다. 장 대표는 “그걸 유발한 사람들에게도 동등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주요 당직 인선과 관련해 “제 약속을 구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능력을 중심으로 인사하겠다”며 “기계적 탕평은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씨에게도 당직을 부여할 건가’라는 질문에 “당직은 여러 분과 의논을 거쳐서 정하겠다”고 답했다.
장 대표는 부장판사 출신으로 2022년 충남 보령시·서천군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지난해 같은 지역구에서 재선됐다.
장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 시절 당 사무총장과 수석최고위원을 역임하며 친한동훈계 핵심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반대하며 한 전 대표와 결별했고 친윤석열계로 돌아섰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에 찬성했던 장 대표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 불법계엄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3월 극우 개신교 집회에서 “계엄에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에서는 당내 경선부터 김문수 대선 후보를 도왔다. 장 대표는 당대표 선거에서 김 후보와 맞붙으며 김 후보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대선 후보 단일화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주요 외신들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의 승리” “한국이 긴장을 피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 SNS를 통해 한국의 정치적 상황을 비판했지만, 회담에서는 긴장감을 피했다”고 했다. BBC도 “이재명 대통령이 젤렌스키와 같은 상황을 피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협상 카드도 없다”고 몰아붙이며 ‘외교 망신’을 준 장면이 재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이 대통령의 우호적인 태도를 회담 긴장 완화의 요인으로 꼽았다. AP통신은 “이 대통령이 백악관의 장식을 칭찬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 노력을 계속 도와달라고 간청하고, 북한에 트럼프 타워를 건설하자고 제안하면서 적대적인 회동 가능성을 없앴다”고 했다. 폴리티코는 “이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라는 수사를 의도적으로 활용해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안보 우선순위를 정립했다”고 했다.
다만 회담에서 민감한 현안에 대해 언급을 피한 것으로 분석했다. BBC는 “회의는 양국 관계의 까다로운 문제를 다루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하는 것에 관한 질문을 회피했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을 질책한 것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외신들은 특히 북한과 관련한 언급에 주목했다. WP는 “두 정상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외교적 협력을 가속하려는 의지에 있어서 대체로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치의 가장 민감한 현안에 끼어들려는 듯 김 위원장을 거듭 언급했다”며 “이 대통령은 아무런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놀라운 장면이었다”고 짚었다.
아사히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이라고 불러왔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묵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일본의 전략적 환경이 더욱 엄중해질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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