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분양 법무부, ‘서울의봄’ 김오랑 중령 유족에 항소 포기 “중대 과오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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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2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김오랑 중령의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과 관련해 국방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항소 포기를 지휘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날 국가가 김 중령의 숭고한 죽음마저 ‘전사’가 아닌 ‘순직’으로 해 진실을 왜곡한 중대한 과오를 바로잡기 위함”이라며 “항소 포기로 김 중령이 권력이 아닌 국민과 국가에 충성을 다한 참군인으로서 영원히 기억되고 합당한 예우를 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법무행정을 맡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김 중령의 충심과 희생을 깊이 기리며, 유족들께도 국가의 잘못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국민주권 정부는 우리 헌정사에서 다시는 내란과 같은 불의가 반복되지 않도록 책무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11단독 유창훈 부장판사는 김 중령의 누나인 김쾌평씨 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들에게 2억9900만원 상당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 중령이 사망한 지 46년 만이다.
김 중령은 영화 <서울의 봄>(2023)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다. 1979년 12월13일 정병주 전 육군 특전사령관을 불법체포하기 위해 사령부에 침입한 신군부 측 군인들에 홀로 맞서 총격전을 벌이다 숨졌다.
신군부 측은 ‘김 중령이 먼저 사격했다’고 주장하며 김 중령 사망을 ‘순직’으로 기록했다. 김 중령의 어머니는 속앓이를 하다 약 2년 뒤 숨졌고, 부인 백영옥씨도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1991년 숨졌다.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2022년 김 중령의 사망을 ‘전사’로 변경하면서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전사는 순직과 달리 일반 업무가 아닌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더 큰 보상을 받는다.
AI의 최종 목적지는 개인화다. 그래서 AI는 결국 인간과 인간 사이에 끼어들어 정보를 개인에게 맞춰 제공하고 개인의 의도에 따라 해석하게 한다. 사람과 대화는 갈수록 불편하고 기계와 대화는 갈수록 더 익숙해지고 있다. 같은 집에서 식탁에 앉아 있는 가족들끼리도 문자를 통해 이야기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대화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간의 본능이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대화를 진리에 이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플라톤의 저서가 논(論)이 아니라 희곡처럼 씌여진 이유도 그런 이유다. 하지만 기술문명의 급속한 발전은 이 본능을 기계와 대신 나누게 하면서 속인다. 구글 검색창과 챗GPT의 질문창에는 개인적 고민과 사적인 궁금증을 다 늘어 놓으면서, 정작 함께 일하는 동료와는 간단한 합의도 이루지 못한다.
그 결과는 대화의 고통과 분열이다. 정치적 진영 논쟁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과 남성, 노인과 청년, 원주민과 이주민, 경영자와 노동자, 남편과 아내까지 모든 사람들이 하루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다투거나, 아예 대화를 회피한다. 함께 살아야 할 세상이 공동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가 됐다. 대통령 비서실에는 경청통합수석 비서관이 새로 만들어질 정도다. 이렇게 계속 살아가는 것이 맞을까? 모두가 서로에게 절망하고, 서로에게 담을 쌓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학고재가 2020년 발간한 <생산적 의견대립>(학고재)이라는 책 제목은 형용모순처럼 보인다. 의견대립이 생산적일 수 있다니. 생산적이라면 대립이 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저자 버스터 벤슨은 우리가 의견대립을 맞닥뜨릴 때 가장 먼저 ‘불안해 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조차도 자신의 의견에 이의가 제기되면 차분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힘으로 누른다. ‘그 입 다물라!’, 아니면 이성의 논리로 상대방의 약점을 파고드는 넛피킹을 하려든다. 그도 아니라면, 차단!~
하지만 저자는 의견대립이 생산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서로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방법을 익히기만 하면 된다. 그가 내놓은 것은 8가지 실천지침이다. 불안의 촉발을 바라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말을 걸고, 솔직한 편향을 기른다. 자기의 말로 이야기하고, 놀라운 대답을 이끌어낼 질문을 던지고, 함께 논증을 쌓아가며, 중립적인 공간을 만들고, 마지막으로 현실을 받아들여 그 안에 발을 딛는 것이다. 말이 쉽지, 그게 되느냐고? 세상을 바꾸느니, 차라리 나를 바꾸는게 더 빠른다고? 그렇다. 저자가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자신을 바꾸는 것이다. 그래야 세상도 바뀌게 되니까.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생각지 못했던 대화의 즐거움, 기회, 그리고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가지의 인간 인지 편향을 바로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각은 새로운 통찰이다. 대화를 할 때 식사를 하는 것이나, 공간 배치가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지적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다. 그러고 보니, 이해가 된다. 왜 고대의 심포지움은 술과 음식을 즐기는 향연이라는 방식을 통해 대화를 즐겼는지, 왜 모든 수사관들은 경찰서나, 조사실로 데려가려고 하고, 범죄자들은 그 장소로 안가려고 발버퉁치는지.
AI를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프롬프트 기술도 배워야 한다. 인간보다 똑똑한 기계지능을 다루는 방법, 수학과 컴퓨터공학, 다양한 인터페이스도 배워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지키는 방법이다. 대화는 우리가 사회적 존재로서 서로와 대화하고, 열린 미래로 나아가면서 생산적인 공동체로서 발전하는 가장 지름길이다. 너무나 오래되었으면서도 이제는 낯선 ‘대화하는 법’. 그것을 다시 생각해보자. 이 책은 AI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책이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892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집단 고소에 나섰다. 고용노동부와 법원이 불법파견을 잇따라 인정하고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명령을 내렸는데도 현대제철이 따르지 않고 비정규직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하는 내용의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현대제철이 교섭을 회피할 명분도 사라졌다.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안동일 전 현대제철 대표이사를 파견법 위반으로,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대해 파견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지회는 2021년부터 고용노동부와 법원이 현대제철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는데도 현대제철이 이를 묵인하고 있다고 고소 이유를 밝혔다. 2021년 2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현대제철 당진공장 사내협력사 5곳 11개 공정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해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749명에 대해 파견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현대제철에 그해 3월까지 직접 고용하라고 시정 지시했다. 2022년 12월 인천지방법원은 당진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925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정년을 넘긴 노동자 2명을 제외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노동부와 법원은 현대제철이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대해 비정규직지회와 교섭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2022년 3월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이 지회와 산업안전보건 의제에 대해 교섭하지 않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현대제철이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기각했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지회의 교섭 요청을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자회사 설립을 발표했다. 노동청은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로 시정 지시했으나, 현대제철은 사내하청을 통폐합해 자회사를 만들어 채용하는 것으로 대응했다. 지회는 이에 반발해 2021년 8월23일부터 52일간 당진공장 통제센터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그러자 현대제철은 지회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246억1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차로 180명을 상대로 200억원을, 2차로 461명에게 46억1000만원을 청구했다. 46억1000만원 손배소는 취하했지만 200억원 손배소는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인천지법은 200억원 손배소 1심에서 노동자들이 현대제철에 5억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지회는 현대제철에 불법 행위를 중단하고 교섭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노동부의 판정도, 노동위원회 권고도, 법원 판결도 모두 무시하는 현대제철을 상대로 하청 노동자들이 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라며 “현대제철은 법에 따라 즉각 하청 노동자들과 교섭에 나서고 직접 고용을 이행하라”고 했다.
지회는 검찰이 현대제철을 봐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규 지회장은 “노동청이 불법파견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넘겨도 검찰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교섭 거부에 대해서도 법원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했으나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며 “검찰은 현대제철의 불법행위에 대해 즉시 기소하고 신속 수사하라”고 했다.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대제철을 압박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래군 ‘손잡고’ 대표는 “노조법 2·3조 개정 전의 노조법으로도 현대제철의 불법행위가 확인됐고, 지회도 이를 근거로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는데 회사가 이를 외면했던 것”이라며 “현대제철이 노동자들에게 고소당하는 게 싫으면 교섭 테이블에 나오면 된다”고 했다.
“한국과 미국 수사기관에 똑같은 자료를 제출하고, 똑같은 피해 상황을 진술했는데 사건을 대하는 태도와 양측 시각은 전혀 달랐어요. 성폭력 피해자로서 한국 검찰이 아닌 미군 수사대에서 더 보호받는다고 느꼈습니다.”
연인 관계의 주한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이후에도 수차례 지속적인 강간과 폭행 등 피해를 입었는데, 검찰이 증거가 부족하다며 ‘준강간치상 혐의’는 불기소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속한 피해 끝에 겨우 상대방을 고소한 김수현씨(가명·27)는 25일 기자와 인터뷰하며 “원치 않은 성관계 때문에 성병을 얻고,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정신과 진료까지 받고 있는데 한국 수사기관은 가해자 말만 들어주는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씨는 미국 국적의 공군 A씨(34)와 2023년 7월 말 무렵부터 사귀게 됐다. 교제를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사건이 일어났다. 김씨는 “술을 마시고 자던 도중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깼더니, 상대방이 내 옷을 모두 벗겨 성폭행하고 있는 상태였다”며 “이후 질염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갔더니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 성병에 감염됐다고 하더라”고 했다.
큰 충격을 받은 김씨는 이별을 고했지만, A씨는 “미안하다. 제발 얼굴만 한번 보자” “병원비를 전부 책임지겠다”며 붙잡았다. 김씨는 “대학생이라 검사와 치료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부모님께 이런 내용을 털어놓기엔 죄책감이 너무 컸다”며 “연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이 커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김씨가 지난해 9월 고소하기 전까지, A씨는 수차례 상대방 의사에 반한 성관계를 했고 김씨의 뺨을 때리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일도 잦았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고립된 김씨는 계속 A씨와 관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스킨십을 받아주지 않으면 목을 조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1년이 지난 뒤에 겨우 A씨를 고소했는데 한국 수사기관은 끊임없이 김씨를 의심했다. 김씨는 전문가 의견을 포함한 정신과 진단서, 성병 감염 내역, 폐쇄병동 입원 기록 등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준강간치상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처리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서 “성병 감염 시기나 경로를 객관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우며,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이전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가 A에게 콘돔이라도 써달라고 말한 것을 들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고소인의 진술 내용 전반을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검찰에서는 ‘강간당했다면서 왜 계속 상대방과 만났나’ ‘성병에 왜 그렇게 예민하냐’ 같은 질문을 했다”며 “피해자라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조사가 아니라 추궁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김씨를 보호한 건 미군이었다. 한국 수사기관에서는 “접근금지 보호조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스마트워치만 1달 정도 지급하는 데 그쳤는데, 미 공군 특별수사국(AFOSI)은 A씨에게 즉시 접근 금지 조처를 했다.
사건 당일은 물론 관계 전후 사정을 진술하는 과정, 질문의 내용, 피해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잣대도 달랐다. 미 국방성 이름으로 나온 ‘범죄 피해자 및 참고인(증인)을 위한 군사재판 정보 안내’ 자료에는 피해자의 권리, 위협받을 때의 대처 방법, 법률지원 내용이 상세히 나와 있었다. 수사관은 김씨 진술을 들으면서 “A의 주변인에 대해서도 아는 대로 알려달라”고 했다. 데이트폭력과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패턴이 있어서, 김씨와의 관계뿐 아니라 이전의 행적과 평소 행실을 되짚어 추가 피해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목이 졸렸다”고 진술하자, ‘목졸림’에 대한 항목만 수십가지 쓰인 평가지를 작성하게 했다. 어떻게 목이 졸렸는지, 지속 시간이나 강도는 어땠는지, 이후 증상은 어땠는지 등을 하나하나 적었다. 한국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경험하지 못한 절차였다.
김씨는 “미군에서 17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으면서 한 번도 ‘피해자다움’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물어봐서 정말 이 사건에 관심이 있구나 느꼈다”며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전형적인 심리적 반응과 행동 패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조사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더 보호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인 사이에서 폭력을 한번 당하면 그 자체로 매우 혼란스러워 판단 능력이 망가져 제대로 된 결정과 신고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렇기에 더더욱 교제폭력을 연인과의 ‘단순 다툼’으로 보면 안되는데, 한국 수사기관에선 계속 2차 가해를 당하기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를 특수상해와 폭행 혐의만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준강간치상 혐의를 제외한 데 대해 “피의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이라 상세히 밝힐 수 없다”면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경우 재항고나 법원 재정신청 등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만 말했다.
A씨에 대한 첫 공판은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2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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