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세계 비닐봉지 없는 날’?”···전통시장선 여전히 비닐포장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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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은 채소, 과일, 반찬, 간식거리를 사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음식이 담긴 비닐봉지 7개를 양손에 들고 차로 향하던 조대성씨(53)는 기자가 “오늘(7월3일)이 세계 비닐봉지 없는 날”이라고 말하자 놀란 듯 말했다. 어머니와 함께 장을 보러 온 김상수씨(45)도 “처음 듣는 날”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세계 비닐봉지 없는 날(International Plastic Bag Free Day)’은 2008년 스페인 환경단체 ‘가이아’의 제안으로 제정됐다. 환경오염의 주범인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한 상징적인 날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은 세계 일회용 비닐봉지 없는 날”이라며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올해 안에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마련하고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망원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장바구니나 카트 안은 비닐봉지로 가득했다. 한 채소 가게에선 카트를 가져온 손님에게 비닐로 포장된 가지를 다시 비닐봉지에 담아 건넸다. 주부 윤모씨(67)의 장바구니도 비닐봉지에 개별 포장된 돼지고기, 감자, 견과류, 모둠전이 각각 담겨 있었다. 윤씨는 “장바구니를 가져와도 대부분 가게에서 먼저 비닐에 담아준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 사용은 여전히 자연스럽고 일상적이다. 홍어무침 가게 직원 전모씨(54)는 “포장을 미리 해놔야 하는 테이크아웃 전문인데 종이봉투로는 물기나 냄새가 새기 쉬워 불편하다”며 “너무 당연하게 써서 죄책감도 별로 없다. 일상처럼 쓰게 된다”고 했다. 생선가게에서 일하는 김유경씨(37)도 “생선은 물기도 많고 냄새도 있어서 비닐이 아니면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 중인 프랑스인 말리스(24)는 “상인들이 자동으로 비닐에 담아주니 거절하기가 번거롭다”며 “프랑스에서는 비닐봉지 제공이 아예 금지돼 있어서, 한국 와서 비닐을 많이 쓰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비닐봉지를 비롯한 플라스틱 규제는 지난 정부에서 뒷걸음쳤다. 2023년 11월 정부는 일회용품 관련 규제를 과태료 중심에서 자발적 참여 기반의 지원 정책으로 전환했다. 플라스틱 빨대와 비닐봉지 사용에 대한 규제는 기한 없이 유예됐고, 종이컵은 규제 품목에서 제외됐다. 일회용품 규제 흐름에 앞장서던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도 지난달 25일부터 전국 매장 약 2000곳 중 10%인 200여 곳에 플라스틱 빨대를 다시 도입했다. 종이 빨대를 전면 도입한 지 7년 만의 변화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 추진이 절실하다고 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일회용품 규제를 자발적인 참여에 맡긴 건 정부가 환경 보호에 손을 놓은 것”이라며 “규제에 따라 소상공인도 친환경 대체 자재 준비를 해왔고 시민들도 일회용품 사용 자제에 대한 공감대가 마련됐는데, 정부가 규제 유예를 반복하며 제도 신뢰성이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규제 로드맵을 조속히 발표하고, 더는 어그러뜨리지 말고 시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내년을 기점으로 먹는샘물과 음료류 페트병에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해 자원이 선순환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산업·의료기기를 제외한 모든 전기전자제품에 대해 제조·수입자가 반드시 회수하고 재활용하도록 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구조적으로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증인은 검찰 조사에서 지난해 12월3일 계엄 선포 포고령이 기존 포고령과 비교했을 때 생소하다고 진술했죠. 왜 그렇게 생각했습니까?” (검찰)
“실제 계엄 임무를 수행하는 계엄사령부는 포고문을 만들 때 각각 조항에 대해 문항 하나하나, 국민이 오해하지 않게 디테일하게 검토합니다. 국민 기본권을 최대한 침해하지 않기 위해서요. 그런데 당시 포고문은 그런 세부 내용 없이 딱 6개 항목만 있었습니다. 굉장히 이상했습니다.” (권영환 대령)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9차 공판에는 권영환 전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대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도 증인으로 출석한 권 대령은 지난해 12월3일 계엄 선포 당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고, 평소 훈련하던 것과도 다르게 전개됐다고 재차 강조했다.
12·3 불법계엄 선포 당시 박안수 계엄사령관 이름으로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가 발표됐다. 다음은 포고령 전문이다.
권 대령은 이 포고문이 평소 계엄과장으로서 훈련, 연습하며 작성했던 포고령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계엄 포고령은 전시 상황에서 사령관이 국민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발표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그런 내용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합참과장으로 일하며 포고령을 작성한 경험이 아주 많다. 거기에 비춰 보면 12·3 포고령은 이상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국회’가 들어가 있는 것이 그랬다. 권 대령은 “계엄사령관은 입법이 아닌 사법과 행정을 일시적으로 관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포고령에 국회 관련 내용이 있는 것이 굉장히 이상했다”고 했다.
‘의료인’이 포함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는 “포고령은 국가의 공공안녕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게 목적인데, 의사들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게 굉장히 이상했고 이질적이었다”며 “법 전문가가 아닌데도 1번과 5번은 법적으로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제가 계엄과장으로 경험하며 만난 법무실 장교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게 그분들이 검토했다면 이렇게 나올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습 상황에서 만든 포고령을 가지고도 토씨 하나하나 따지는 게 계엄사 법무실입니다. 아마 계엄 업무를 해본 분들이 있었다면 이렇게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권 대령은 또 계엄 선포 수개월 전인 지난해 전반기부터 육군본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방첩사령부에서 유독 계엄에 관심을 보이는 관계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계엄을 오래전부터 모의했고, 그런데도 실제 절차나 매뉴얼은 전혀 따르지 않았다는 의심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권 대령은 “사실 계엄 발생 전에 김민석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무총리) 등이 계속 얘기하길래, 음모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이 전례 없는 일이었기에 자꾸 의문이 들었다고 진술했다.
권 대령에 따르면 주위에서 “박안수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에 관심이 많다”는 말이 수차례 나왔다. 지난해 11월 계엄과에서 주관한 세미나에는 공문을 보내지도 않은 육군본부 작전과 관계자가 굳이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그 관계자가 회의 자리에서도 ‘총장님이 계엄에 관심이 많다. 본부 차원에서 지원할 것 없냐’고 얘기하길래 ‘육군본부는 어떻게 하면 합법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계엄을 할지 하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을지훈련 당시엔 수방사가 화상으로 ‘수도 서울에서 수방사 단독으로 계엄 시 수행 방안’을 발표했는데, 권 대령은 “계엄은 전시, 전국 대상인데 서울만 대상으로 하는 것도 그렇고 수방사는 계엄 주체도 아닌데 뜬금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는 고동희 전 국군정보사령부 계획처장(대령)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 대령은 계엄 당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 청사에 투입돼, 서버실을 점거하고 출입 통제 등 임무를 현장에서 지휘했다. 고 대령은 군사법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12·3불법계엄 전 문 전 사령관으로부터 “12월3일에서 5일 사이 상부 지시로 긴급 출동할 일이 있을 것이다. 장거리 출타나 휴가 계획이 없는 인원으로, 이동차량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12월3일 오전 10시, 고 대령은 전투모에 전투 조끼, 권총도 준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처음에는 공포탄을 준비하라고 했으나, 해당 권총에는 공포탄이 없다고 하자 실탄을 인당 10발씩 챙기라고도 했다.
고 대령은 “상부 지시라고 하길래 저희보다 상급 부대는 정보본부, 국방부 정도라고 생각했다. ‘장관님의 지시가 있었다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 전 사령관은 12월3일 오후 1시10분경 고 대령과 작전과장 서지훈 중령을 불러 선관위 과천 청사로 출동하게 될 거란 지시를 전달했다. 선관위 출입을 통제하고, 서버실 위치를 확인해 지키면 된다고 했다.
고 대령은 “선관위가 헌법기관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처음에 문 사령관이 과천 청사에 선관위가 있다고 해서 정부기관의 하나로 생각했고, 출입 통제를 하려면 기관 간 협조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임무를 지시받을 때 우리가 거기 들어갈 수 있느냐고 사령관에게 묻자, ‘나중에 알려주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말했다. 그 뒤 오후 10시20분경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우리가 들어가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전투조끼에 권총을 소지하고 선관위에 들어간 고 대령은 “다음날 아침까지 직원 출입을 통제하라”는 문 전 사령관 지시를 받았고, 직접 서버실에 들어가 사진을 촬영했다. 한 팀원은 1층 당직실 유선전화 선을 뽑기도 했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뒤인 4일 오전 1시30분경, 고 대령은 최종 철수하며 부대원들에게 “우리가 이상한 일에 휘말린 것 같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더 구체적으로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나오라고 하기도 했다.
그는 검사가 ‘이상한 일에 휘말렸다’는 게 어떤 취지냐고 묻자, 한참을 망설이다 이렇게 답했다.
“굉장히 복잡한데, 일단은 먼저 떳떳하지 못한 일에 우리가 연루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 그때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검사님은 적법, 위법 여부를 말하는데 제 머릿속에는 그걸 따질 기준이 없었고 스스로 생각할 때 떳떳하지 못하다고 느꼈습니다. 나중에 누가 ‘너 그때 무슨 일 했어’라고 물어봤을 때, 내가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그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향후 50년의 한국 사회를 내다볼 때 가장 확실한 것은 인류 역사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초유의 고령화사회를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은 수년 내로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되며, 2070년대에는 65세를 기준으로 노인부양비(18~64세 근로 연령층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가 100%를 넘는 세계 최초의 국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은 50년 후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90세를 조금 넘어갈 것으로 전망하지만, 통계청의 과소추계 편향을 감안하면 95세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백세 인생’이 레토릭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오래 살게 된 것이 저주가 아닌 축복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삶의 패러다임은 물론 노동시장과 국가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새 정부는 50년 후의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는 장기 비전과 중장기 정책 방향에 관한 초당적인 연구와 논의를 통해 ‘비전 2070’을 수립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와 국회를 동시에 자문하는 초당적 위원회를 구성해 국책연구기관은 물론 학계와 민간연구기관들이 논의 과정에 폭넓게 참여하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백세 인생이 보편화하는 장수 시대에 우리는 삶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전환하며, 어떤 분야에 어떤 개혁을 해야 할까? 오래 살게 된 것이 은퇴 후 오랜 시간을 무위도식하며 지내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60세나 65세에 은퇴해 30여년을 연금에 의존하며 사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
필자는 ‘활동적 노화’를 증진함과 아울러 연금수급 개시연령의 기대여명, 즉 평균 연금수급 소요 기간이 20년이 넘지 않도록 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70세의 기대여명이 20년이 될 2050년쯤까지 연금 연령과 정년을 70세로 높이자는 것이다. 경직된 연공급제를 직무급 위주로 바꾸는 노동시장 개혁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급속도로 변화하는 기술 발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과 훈련체제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그동안은 연금개혁, 교육개혁, 노동시장 개혁과 인구정책이 별도로 논의됐지만 통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인공지능(AI) 전환과 중장기적인 산업 정책을 포함한 경제 정책과 데이터 정책, 조세와 사회보장급여의 통합적인 개혁, 기후위기 대응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 인력수급 정책 등도 함께 조율하며 이루어져야 한다. 기본사회의 비전과 중장기 정책도,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 수용에 대한 중장기 정책도 이러한 종합적인 전망 속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개별 분야별로 근시안적인 정책이 수립되고 정권 또는 다수당의 변경에 따라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면 대한민국이 그동안 이루어낸 성과는 머지않아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중장기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불확실성에 대해 고려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50년 후 인구구조에는 불확실성이 크지 않지만, 50년 후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가격과 위험성 등에 대한 예측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제한된 정보와 불완전한 예측에 근거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지만 향후 지속적으로 조정해나갈 여지를 인정하면 첨예한 대립이 한층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새 정부가 수립하는 비전 2070의 중요한 내용들이 진영 간의 대립을 넘어서 최고의 지식과 지혜를 동원해 마련돼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을 병기하되 향후 5년, 10년 주기로 재검토와 재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대한민국이 초고령화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도약하는 선도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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