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구하는앱 [책과 삶] ‘실재’를 보는 틀, 양자역학과 일원론 철학…다르지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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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준영
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5-08-2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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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하는앱 모든 것은 하나다하인리히 페스 지음 | 김영태 옮김바다출판사 | 451쪽 | 2만8000원
그 작은 입자들을 발견하지만 않았더라면, 골치 아픈 양자역학 또한 세상에 없었을까. 원자를 발견한 이래 물리학은 자연을 작은 조각으로 분해해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환원주의 철학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소립자들은 대차게 고전물리학을 배반했다. 덕분에 애꿎은 고양이는 상자 속에서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됐고(슈뢰딩거의 고양이), 입자의 위치를 알면 운동량은 포기해야 하며(불확정성 원리), 입자인 듯 파동인 듯한 두 성질은 상호 보완적이라는(상보성 원리) 양자역학 개념들이 생겼다.
1920년대 이래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실재란 무엇인가’였다. 독일의 이론물리학자인 저자는 그 답을 찾는 과정을 오래된 할리우드 영화를 상영하는 과정에 비유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보지만, 영사기 속 필름엔 끊어진 컷들이 담겨 있다. 줄거리는 보는 눈을 통해 만들어지는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 해석’ 진영은 ‘줄거리가 실재’라고 규정한다. 휴 에버렛, 디터 체 등 소수파 ‘왕따’들은 ‘필름 속 장면이 실재’라고 보는 셈이다.
에버렛은 양자역학이 우주 같은 거시적 물체에 똑같이 적용되며, 양자 측정에서 가능한 모든 결과는 다른 “상대적 상태” 혹은 ‘평행우주’나 ‘다세계’에서 수많은 관찰자에 의해 구현된다고 생각했다. 디터 체는 양자의 ‘얽힘’이 실재들의 접착제 역할을 하고, ‘결깨짐’이 평행 실재들 사이를 분리해준다고 주장했다. “입자는 망상”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저자는 거대한 하나의 양자 세계와 3000년 전부터 이어진 일원론 철학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영사기 비유에서 이미 떠올랐을 플라톤은 물론이고 중세, 르네상스기, 근대에 이르는 동안 일원론이 과학혁명과 주고받은 상호작용을 조명한다. 그는 현대물리학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작은 것을 알기 위해 입자가속기에 돈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시간·공간·물질을 뛰어넘는 양자우주론적 관점에서 전체 우주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물리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이론물리학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 영향 등으로 일본의 대미 수출이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일본 재무성은 20일 발표한 7월 무역통계(속보치)에서 지난달 대미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0.1% 감소한 1조7285억엔(약 16조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4220억엔(약 4조원)으로, 1년 전 대비 28.4% 줄었다. 자동차 수출 대수는 3.2% 감소한 12만3531대였다. 수출액을 대수로 나눈 평균 단가는 전년 동월 대비 26.1% 하락한 341만엔(약 3230만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단가는 지난 1월 448만엔(약 4200만원)에서 6월 338만엔(약 3200만원)까지 내려갔다가 지난달 소폭 반등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평균 단가 하락에 대해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관세 발효 이후에도 미국 내 판매 가격을 당분간 유지할 목적으로 수출 단가를 인하해왔다. 비교적 고가인 대형차 수출을 줄이고 중·소형차의 비율을 높인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수익성이 악화함에 따라 도요타, 스바루 등이 미국 소비자가격에 관세 비용 일부를 전가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은 현재 일본산 자동차에 총 27.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일은 지난달 무역 합의를 통해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으나 트럼프 정부는 아직 관련 문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일본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 자체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가 수출 경쟁력을 나타내는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동차의 RCA는 2.7로, 2014년보다 하락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RCA가 1보다 크면 세계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점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정용 전자제품의 RCA는 지난해 0.2로, 1994년 이후 줄곧 1을 밑돌고 있다.
일본의 7월 대미 수입액은 0.8% 줄어든 1조1434억엔(약 10조8300억원)으로 6개월 연속 감소했다. 대미 무역 흑자는 5851억엔(약 5조5400억원)이었다.
세상에 똑같은 개는 없다브라이언 헤어·버네사 우즈 지음 | 강병철 옮김디플롯 | 344쪽 | 2만4800원
‘똑똑한 개’를 물으면 대개 보더콜리, 푸들, 저먼 셰퍼드라 답한다. 1994년 스탠리 코런의 연구에서 등장한 ‘똑똑한 개 순위’는 실제로 지능을 측정하지 않고 훈련 용이성에 관한 의견을 모아 만들었다. 구체적 기준 없이 매겨진 순위가 발표된 이후 ‘견종별로 지능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 책은 ‘견종별 지능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18세기 이전 용도별로 키워졌던 ‘개’는 귀족의 사치품이 되고 나서야 ‘견종’이 되기 시작했다. 혈통서에서 말하는 ‘품종’은 치와와의 작은 몸, 닥스훈트의 짧은 다리, 핏불의 납작한 얼굴 등과 같이 오직 외형적 특징으로 구분됐다. 다시말해, 견종은 오직 외형만 보장할 뿐이라는 것이다.
진화인류학자이자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를 함께 썼던 저자들(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은 강아지 유치원에서 동일한 견종 101마리를 교육, 연구했다. 이들은 같은 배에서 나온 강아지이더라도 인지능력과 기질은 완전히 달랐다고 말한다. 어떤 개체는 똑똑하고 다른 개체는 멍청하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 다른 재능을 지닌 ‘인지적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5만여명의 반려인과 함께 개의 인지력을 측정하는 도구 ‘도그니션’을 통해 견종 간 차이를 파악하려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보더콜리도 모든 면에서 똑똑하진 않았고, 치와와라고 해서 참을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견종보다 중요한 건 각각의 개가 가진 성격과 기질, 그리고 교육 방법이다. 책엔 이들의 연구 결과에 더해 101마리 강아지를 교육하며 얻은 실전적인 팁을 수록했다. 마지막에 실린 강아지 유치원생들의 사진을 보면 저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오늘 아침, 나는 마추픽추라는 경이와 마주했다. 마추픽추는 16세기 잉카 제국이 몰락하면서 버려진 채 긴 세월 숨겨져 있던 놀라운 고산 도시다. 잉카는 침략자들에 의해 처참하게 학살당했고, 그렇게 역사에서 지워졌던 마추픽추가 세계에 그 모습을 다시 드러낸 건 20세기 초가 되어서였다.
서울 집에서 마추픽추까지의 여정은 참 멀었는데, 그 과정을 함께한 여행 메이트는 아이우통 크레나키의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였다. 책은 문명과 자연을 분리해 자연을 오로지 ‘자원의 보고’이자 ‘개발의 대상’으로 보는 관점이 인간이 자연과 맺는 관계를 완전히 변화시키고, 그렇게 우리가 기거하는 행성을 손상했다고 비판한다.
예컨대 1960년대 초 케냐의 마사이인은 영국의 식민지 행정 당국과 갈등을 빚었는데, 영국인들이 마사이인들의 신성한 산을 ‘공원’으로 개발하려 했기 때문이다. 크레나키는 “이 발상은 공원에서 시작해서 주차장으로 끝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야말로 ‘이성’이라고 불리는 것의 남용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책 속 이야기 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는 문장이 있었다. 인용해 보자. “우리 크레나키인들이 와투(watu), 즉 ‘우리의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도시강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자원이 아니라 인격을 가진 존재다. 그는 누군가에 의해 점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문장을 읽고 깨달았다. 아메리카 대륙이, 페루의 선주민들이, 마추픽추가 경험한 폭력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을 깨닫기 위해서 이 책을 읽어야 함을. 강에 대한 학살이 바로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개봉 중인 최승호의 <추적>은 바로 그 고통스러운 학살을 고발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4대강 정비사업의 실체와 그로 인한 환경 파괴, 사회적 피해, 사업 추진 과정의 의혹을 17년에 걸쳐 끈질기게 쫓는다.
4대강 사업의 시작은 대운하였다. 이명박은 토목이 대한민국을 살릴 것이라는 거짓 신화를 팔아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당선 후 대운하는 국민적 반대에 부딪혔고, 그는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정비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죽어가는 강을 살리겠다고 호언장담한 4대강 사업은, 그러나, 대운하 사업의 다른 이름이었을 뿐이다.
이 4대강 사업의 핵심은 강을 획일화하는 것이었다. 자연을 텅 빈 무엇으로 보고 인간의 구미에 맞추어 어떤 식으로든지 조정할 수 있다고 믿는 폭력적인 세계관은 대단한 규모의 방파제를 짓고 물의 흐름을 막는 보 건축으로 이어진다. 강의 수심은 획일적으로 6m로 통일되었고, 다양한 모양으로 굽이굽이 흐르던 강이 직선으로 조정되면서 사람이 접근하면 위험한 지형지물로 변신한다.
그러나 강이 위험해졌다는 건 그저 그 지대가 위험해졌다는 의미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곳은 이제 독성물질 마이크로시스틴이 생성되는 공간이 되었다. 녹조 이야기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간 손상, 급성 복통·구토, 생식기능 저하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간암이나 신경계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게다가 농업수가 되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음식에 영향을 미치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 더 큰 생태계에 머무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망쳐놓은 세계를 되돌리기 위해 재자연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의 수문을 열고, 보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는 말이다. <추적>은 보가 가로막았던 물을 다시 통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죽은 강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은 늘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 힘을 안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강의 재자연화를 약속했다. 보가 철거되고,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아무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해도 해결되지 않던 문제의 답이 의외로 산책을 하거나 잠을 자고 난 뒤 떠오르는 수가 있다.
뇌과학자인 정민환 KAIST 교수(64)에 따르면 우리 뇌에는 특정 과제를 수행할 때 활성화되는 ‘과제 네트워크’와 내적 사고를 할 때 활성화되는 ‘디폴트 네크워크’가 있다. 디폴트 네트워크는 우리가 멍하니 쉬고 있을 때도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이다.
지난 18일 경향신문사에 만난 정 교수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다른 특별한 종으로 만드는 것은 상상력, 창의력, 혁신 능력이며 이는 뇌의 자발적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기억의 미래>(푸른숲)은 인간만이 지닌 혁신 능력의 원천인 뇌신경망의 구조를 설명한 교양과학서다. 책은 2023년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출판부에서 나온 의 한국어판으로, 뇌과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를 상정했던 영어판과는 달리 뇌과학 지식이 없는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게 구성했다.
뇌의 기억 메커니즘은 컴퓨터와는 다르다. 컴퓨터는 정해진 위치에 정보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그 정보를 꺼낸다. 정보 자체는 저장할 때나 꺼낼 때의 차이가 없다. 뇌에서는 하나의 신경망에 여러 정보가 겹쳐지는 방식으로 정보가 저장된다. 이 때문에 우리 기억은 저장될 때마다 조금씩 바뀌는데, 여기에 인간만이 갖는 창의성의 비밀이 숨어 있다.
인간의 혁신 능력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점은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인 해마가 상상에도 관여한다는 점이다. 해마는 사건의 궤적을 저장할 뿐만 아니라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상상할 수도 있다.
“우리의 기억은 과거를 그대로 저장하기보다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정된 경험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하는 거죠. 어떤 사건을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보다는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두는 것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기 때문일 겁니다.”
시중에는 창의성을 키워준다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 교수는 창의성을 억지로 키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쉬거나 자고 있을 때도 기억들이 조합이 돼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건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키울 수는 없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 안에서 사고의 폭을 넓히는 것입니다. 독서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정 교수에 따르면 현행 AI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100조개의 시냅스를 지닌 복잡한 뇌를 “질적으로 조악하게 모사하는 수준”으로, “질적인 결함을 양(심층신경망의 층수와 엄청난 학습량)과 속도로 메우고” 있다. 뇌의 장점인 직관과 통찰, 공감 능력, 자기반성과 메타인지(생각에 대한 생각)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게다가 LED 전구 한 개(20와트)에 필요한 전력이면 충분한 뇌와 달리, AI는 엄청난 전력을 소모한다.
정 교수는 AI가 인간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단순히 계산 능력이 앞선다고 해서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의사결정 권한을 AI에 과도하게 위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핵무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AI를 어떻게 설계하고 누가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를 인류가 스스로 결정해야죠.”
정 교수는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인재들이 의대로 쏠리는 건 안정적인 커리어 경로 때문입니다. 금전적 보상이 크지 않더라도 가슴을 뛰게 하는 연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다면 연구자의 길을 걷겠다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대학-연구소-기업을 잇는 다양한 경로, 장기적인 펀딩, 연구자 중심 연구소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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