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제작 [여적]캄보디아로 간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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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대학생이 범죄조직의 고문을 받다 숨진 사건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피해자와 같이 감금됐다 구조된 청년들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수많은 실종 신고가 일찌감치 있었음에도, 우리는 또 사람이 죽고 나서야 전해진 소식에 귀를 귀울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한국대사관에 실종 사실을 알렸으나 “당사자 신고 원칙”이란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경찰이 다 너 같을까봐 무섭다”는 시민 덕희의 말대로 외교당국 대응에 열불이 터진다. 이번에도 조직에서 탈출한 이들을 구조해온 건 시민들이었다.
범죄조직들은 일자리 찾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노린다. 범죄에 가담하는 줄 몰랐거나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고수익이라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걸려드는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는 건 안정된 일자리도 약속된 수입도 아니다. 청년들은 각종 범죄에 연루돼 피해자와 가해자를 오가는 처지가 된다.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일단 범죄에 가담하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현지에 있는 피해자들 중에는 탈출을 포기하거나 돈을 벌겠다고 스스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돌아가려 해도 세상이 두려우니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왜 캄보디아까지 갔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절박함이 합리적 판단을 못하게 눈을 가렸을 수도 있다. 15일 소셜미디어에는 캄보디아 구인글이 여전히 올라 있다.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탔을지 모른다. 국가와 사회는 이들의 절망을 모른 체해선 안 된다. ‘눈높이를 낮추라’고 가벼이 말할 일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청년들을 지키고 국가 경쟁력도 더 키울 수 있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찾아 캄보디아 현지 스캠(사기) 조직에 가담한 한국인들이 국내 법원에서 잇따라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범죄에 가담한 줄 몰랐다”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범죄조직 구조와 역할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엄벌에 처했다.
16일 경향신문이 대법원 인터넷 판결서 열람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최근 1년간 ‘캄보디아 범죄단체 가입 사건’ 1심 판결문 14건을 보면 피고인 14명은 모두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중 2명만 벌금형이고 12명은 징역형이었다. 범죄 조직에서 맡은 역할과 가담 정도, 피해 규모, 증거인멸 시도 여부 등에 따라 선고형량은 징역 1년부터 5년6개월까지 다양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콜센터 상담원, 번역조, 매니저 등 조직 내부의 ‘핵심 업무’를 맡은 경우 대부분 중형이 선고됐다. 단순히 계좌나 휴대전화 명의를 제공한 사람들과 달리, 범행 실행 단계에서 직접 피해자와 접촉하거나 지시를 받은 정황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피고인 A씨는 2023년 11월 지인을 통해 ‘한 달에 1000만원 이상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받고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기로 했다. 이후 조직 내 중간관리자들로부터 범행 수법과 내부 규율 등을 교육받고 2024년 1월부터 3월말까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했다. 이후 A씨는 콜센터 숙소에서 합숙생활을 하며 피해자 유인 역할도 했다. 울산지법은 “피고인은 범행을 그만둘 기회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자발적으로 범죄단체에 머물렀고, 비자까지 재발급받아 체류를 연장했다”며 “단순한 유인책을 넘어 조직에 깊이 관여했다”고 판단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번역 업무를 맡은 사람들에게도 무거운 형량이 선고됐다. 대전지법은 지난해 9월 중국인 조직원이 작성한 ‘주식 리딩 사기’ 문구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교정한 B씨에게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했다. 법원은 “범죄행위 일부만 분담한 게 아니라, 해외 범죄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조직적 역할을 수행했다”며 “죄책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매니저’로 활동한 C씨도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C씨는 ‘한 달에 1000만~150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지난해 2월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C씨는 약 4개월간 주식 종목을 추천하며 피해자 31명을 속였고, 피해액은 30억원에 달했다. 대전지법은 “피고인이 실제 얻은 범죄 수익은 1000달러에 불과하지만, 그 역할이 전체 범행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데 핵심적이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피해 규모가 크거나 법인 명의 계좌를 개설해 범죄에 실질적으로 기여한 경우 형량은 더 높았다. 한 피고인은 피해자 57명, 피해액 100억원 이상이 인정돼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이 조직의 재정 기반을 형성하는 역할을 담당했다”며 “경제적 목적을 위해 장기간 범죄단체의 일원으로 활동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은 “범죄조직인 줄 몰랐다”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대부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동부지법은 지난해 도박 채무를 갚기 위해 캄보디아로 건너가 계좌관리 업무를 맡은 D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D씨 측은 “단순히 환전용 계좌를 제공했을 뿐, 주식 리딩방 사기에 연루된 사실은 몰랐다”고 항변했다. 또 “조직원들의 협박과 감금으로 어쩔 수 없이 협조했다”며 “형법 제12조(강요된 행위)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기 범행의 구체적인 수법을 전부 알지 못했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범죄 실현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식했거나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모·공동정범으로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현지 숙소에서 일정한 제약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신고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행위를 전혀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가 제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경제적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법인 계좌를 제공하고 관리한 이상, 범행 전체에 가담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사건 사기는 ‘총책–관리책–유인책–대포통장 공급책–자금세탁책’으로 구성된 점조직 형태로, 각자의 역할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전체 범죄가 완성된다. 따라서 모든 구성원이 범행의 전모를 알았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울산지법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피고인 E씨는 “한 달에 5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캄보디아로 건너가 번역조로 일했다. 그는 중국인 조직원이 작성한 ‘주식 리딩방’ 시나리오를 한국어로 번역하고, 피해자와 직접 상담을 진행했다. E씨 측은 “단순 번역 업무만 맡았을 뿐, 범행의 구체적 수법이나 피해 규모는 알지 못했고, 얻은 수익도 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순 번역자가 아니라 메신저 검수와 문맥 수정 등 한국어 자료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맡았고, 한국인 상담원을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급이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캄보디아를 여러차례 드나들며 조직 핵심 인물들과 소통했고, 콜센터 직원 모집과 관리에도 관여했다”며 조직 내 중추적 역할을 인정했다.
법원은 “지시를 받고 급여를 수령하는 등 피고인의 행위가 사기 실행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지적하며 E씨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귀국 직전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텔레그램 메시지와 연락처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은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2007년 판결에서 “공모는 특정한 형식을 요구하지 않으며, 범죄를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만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이어 “전체 범행을 사전에 함께 모의하지 않았더라도, 순차적이거나 암묵적인 방식으로 공모 의사가 결합됐다면 공모관계가 인정된다”며 “일부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공모자의 행위 전체에 대해 공동정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 대법원은 “범행 도중 공모관계에서 벗어나려면 실행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공모관계가 유지된다”고 봤다. “피고인이 일부 범행만 관여하고 나머지 범행이 공범자에 의해 이어졌더라도, 전체 범죄에 대한 죄책을 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캄보디아 스캠 조직의 범행 구조는 국내 보이스피싱과 유사하다. 피해자를 유인하는 ‘콜센터팀’, 돈을 세탁하는 ‘자금책’, 통장을 모집하는 ‘공급책’으로 분업화돼 있다. 현지에서는 이를 ‘지사’ ‘팀’ 단위로 나눠 관리한다.
법원은 “이 구조에서는 개별 가담자가 전체 범죄의 구체적 수법을 몰랐더라도, 공모관계가 성립한다”고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대법원도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단순 현금 수거책’이더라도 범죄단체 가입죄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단순 가담자보다 캄보디아까지 건너가 계좌를 관리하거나 자금세탁에 관여한 경우는 범죄 조직의 핵심 역할로 간주돼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현지 취업을 빌미로 한 범죄조직 유입이 늘고 있는 만큼, 출국 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성용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조직 내 역할을 수행한 경우는 단순 고용이 아닌 조직적 협력관계로 보기 때문에 더 중하게 처벌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히 번역조나 콜센터 조는 피해자와 직접 접촉해 심리적 신뢰를 형성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범죄 실행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이어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막바지에 접어든 계엄 국무회의 수사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검은 박 전 장관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대해 15일 “법원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신속하게 법원 판단을 다시 받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낮다고 봤을 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피의자가 취한 조치의 위법성 정도 등은 다툴 여지가 있고 충분한 공방을 통해 가려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도 법무부에 후속 조치들을 지시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검은 그동안 박 전 장관이 계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법무부 출국금지팀 실무자 대기, 수용공간 확보 등을 지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순차적으로 공모했다고 주장해왔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법무부 장관의 지위나 헌법적 책무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박 전 장관의 구속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위법성 인식과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는 (법원의) 기각 사유는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사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이 법무부에 후속 조치를 지시하던 당시 계엄의 위법성을 몰랐을 수 없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박 특검보는 박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 앞서 호출한 국무위원 6명 중 가장 먼저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해 윤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점, 계엄 선포 및 국무회의가 실체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던 점 등을 들어 “현재 조사된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다시 (법원)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내부 논의를 거쳐 보완 수사 등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한 전 총리는 불구속 기소했지만 박 전 장관에 대해서는 곧바로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고 나섰다. 내란 방조 혐의를 받은 한 전 총리와 달리, 박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구성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전 장관의 당시 행위와 형사적 책임을 연결 짓는 작업은 이미 마쳤고 법적 판단은 해석의 영역인 만큼 법원이 다르게 결론 내릴 가능성도 충분하단 것이다.
박 전 장관은 내란 계획 수립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각종 후속 조치를 지시해 순차적으로 내란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과 혐의 구조가 유사한데, 특검은 앞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한 이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은 받아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채 기소된 한 전 총리의 재판에서 최근 계엄 당일 국무회의 모습이 담긴 CC(폐쇄회로)TV가 공개되자, 한 전 총리에 대한 비난 여론에 힘이 실린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박 전 장관 신병 처리 계획이 늦어지면서, 남은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 관련 수사 속도도 조절이 불가피해졌다. 특검은 당장 15일과 오는 17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후, 그에 대한 처분을 끝으로 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오전 9시쯤 특검에 출석하며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국무위원은 아니라 직무유기와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 금지)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조 전 원장 수사 일정을 이어가되, 박 전 장관에 대한 보완수사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로 일정이 미뤄진 국회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수사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계엄 당시 당 소속 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참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피의자로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국민의힘에선 추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에 내란 공범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수사라고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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